여성 욕망의 솔직한 표현, 조강남 작가 '캔디 걸'
현대여성의 당당함에서 아름다운 삶의 가능성까지
현대는 소비사회다. 밥을 먹고 영화를 보는 등 우리의 행위는 대부분 소비로 환원되며
일상은 그렇게 소비의 연속이 됐다. 현대에서만이 아니라 항상 인간은 필요한 것 이상의 '사치'를
부려왔다는 것을 돌아본다면 소비야말로 인간을 인간답게 하는 수단이라고도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오늘날 우리사회에서 '소비'와 '사치'의 이미지는 부정적이다. 특히 여성의 소비와 사치에 대해
'된장녀'라는 말로 점철된 인식은 더욱 견고하다. 여기, 이런 고정관념에 물음표를 던지며
'소비를 통한 자기표현도 삶과 세상을 풍부하게 하는 긍정적 문화일 수 있다' 고 말을 걸어오는
전시회가 있다. 2007년 전시회에서는 꽃을 모티브로 여성적 아름다움과 자유를 표현했던
'조강남' 작가가 이번에는 여성의 기본적인 욕망을 담은, 더 솔직한 작품으로 돌아왔다.
9월 16일 부터 22일까지 인사동 인사아트 센터에서 열리는 전시회 준비로 한창이던 조강남 작가를
만나러 간 곳은 홍대 근처 그의 작업실이었다. 들어서자마자 눈에 띄는 것은 화려한 색감과 독특한
소재로 시선을 사로잡는 새 작품들. 지난 2007년 전시회 '장미와 요정'과는 또 다른 소재를 담았지만,
작품 기저에 흐르는 '여성성'은 다르지 않다. "제 그림의 밑바탕에 깔려있는 기본적인 테마는 여성입니다.
제가 여자라서 그런지 여성을 주제로 이야기를 그림에 풀어놓는 것을 좋아합니다. 이번 전시에는
시대의 흐름을 반영하는 여성들의 자유롭고 활기찬 이미지를보여주고 싶었어요. 매 전시회마다
그랬듯 작품의 성격을 결정하는 주제를 정하는 것도 고민이지요."
보석으로 변형된 여성적 아름다움
그리고 그 고민을 통해 얻은 주제는 이 시대를 적극적으로 사는 여성과 그 여성을 돋보이게 하는 보석이다.
"여성이라면 가장 갖고 싶어하는 욕구의 대상 중의 하나가 바로 보석이잖아요. 비록 진짜 보석은 아니지만
그림에 많은 보석을 담아 여성들의 솔직한 즐거움을 표현 해 보았습니다."
대부분의 작가들은 즉물적인 주제를 피하곤 하는데 그는 오히려 즉물적 성격의 대표 격인 보석을 주제로 정했다.
"제가 요즘 느끼는 것은 우리 주변의 거의 모든 사물에서 반짝이는 보석과 물체를 볼 수 있다는 것입니다.
여성들의 애용품은 물론이고 핸드폰, 냉장고, 텔레비전 등 전자제품과 심지어 남성들이 사용하는 물건도
마찬가지지요, 고객들의 눈길을 끌기 위한 상술이겠지만 공허한 현대인들의 마음을 화려하게 포장할 수 있어
더 인기가 있는 듯 합니다." 그러나 작가는 화려함을 추구하는 것을 부정적으로 평가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긍정적인 면을 주목해 볼 필요성이 있다고 이야기한다.
"저는 예술도 그 시대의 성격과 별개일 수 없다고 생각하는데, 21세기의 대표적인 아이콘은 물질의 풍부함으로
꾸며진 여성이라고 봅니다. 그리고 이 여성들은 소비적인 면만 있는 것이 아니라 기업의 이미지를 대표하며
사회의 이익을 창출하는 데 큰 부분을 차지하기도 합니다. 부정적인 시선에 개의치 않고 자신을 당당히
어필하며 스스로의 세상을 창조하는 면을 긍정적으로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얼마 전 이른 바 '신상녀'로
불렸던 가수가 큰 인기를 얻었지요. 그 이면에는 내가 하지 못하는 당당하고 자유로운 표현에 대한 대리만족이
있었을 거예요. 이제는 우리사회가 소비에 대한 부정적 편견보다는 하나의 취향이나 문화생활로 받아들일 줄
아는 유연함을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시대성과 감각 갖춘 팝아트 지향
현대를, 다양한 주제와 재료로 예술을 표현할 수 있는 좋은 시대라고 보는 조강남 작가는 그 중에서도
팝아트적 장르를 지향한다. 팝아트란 대중문화 속 이미지를 미술로 수용해 광고, 산업디자인, 사진술, 영화 등과
같은 대중 예술매개체의 유행성을 반영한 사조로, 순수예술과 대중예술이라는 이분법적,위계적 구조를
뛰어넘는다는 의미를 지닌다. "얼마 전 로이 리히텐슈타인 작가의 '행복한 눈물'이라는 만화를 모티브로 한
작품이 어마어마한 값으로 뉴스의 주인공이 됐었지요. 우리가 생활속에서 접했던 만화나 영화의 한 장면이
이제는 작품이 되어 미술관에 걸리고 있어요. 팝아트는 시대적 성격을 읽고 한 발 앞선 아이콘을 작품에
그려내면서도 복잡하지 않고 단순명쾌하게 작가의 의도를 보여주죠. 제 그림도 이러한 맥락 속에 있기를 바랍니다.
몇 초 또는 몇 분 사이에 아름다운 색감, 조형미, 희로애락, 위트와 유며까지 가장 센스티브하게 표현해내는
광고처럼 그릴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작가는 화가 앨런로스의 말을 인용해 스스로의 예술관을 정리했다.
"만일, 당신이 비예술적이며 저급한 원천으로 인해 고무되었고, 설혹 바흐가 영감의 출처가 아니더라도
걱정하지 말라. 결과적으로 당신이 작품을 제작해 낸다면 이는 정당화 될 것이다."
예술과 철학으로 삶을 풍부하게
이처럼 유연하면서도 깊이 있는 작가의 철학은 예술을 넘어 사회관으로까지 이어진다. 사회에도 다양성이
존재해야 하며, 이를 인정하는 분위기가 자리잡을 때 삶이 더 풍요로워질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사회는 아직 문화와 예술을 가깝게 생각하지는 않아요. 많은 사람들이 정신적인 가치보다는 경제, 성장,
물질적인 것에 더 비중을 두는 것 같습니다. 때문에 자기가 아닌 주변을 둘러볼 시간, 자기와 다른 생각을
들어 볼 여유도 부족하지요." 우리사회가 경제만을 보고 달려왔고 성장도 이뤄낸 만큼 이제는 정신적인
성숙이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그리고 그 길에 예술과 철학이 좋은 다리가 될 수 있을 것 같다고도 말한다.
"파리의 미술관에 갔을 때 그곳의 수많은 작품보다 더 부럽다고 느꼈던 것이 유치원생부터 할머니,
할아버지까지 자연스럽게 예술을 느끼고 즐기는 모습이었습니다. 문화적 가치와 소중함에 대한 이해와
자부심이 넘쳐보였기 때문이었죠. 우리 아이들도 어렸을 때부터 예술을 접하고 철학을 배운다면, 더 넓은
시야로 세상을 보게 되고 삶의 질도 풍부해지리라 봅니다. 또한 개개인이 가지고 있는 다양성을 받아들이고
즐길 수 있다면 예술의 질은 한 층 더 발전할 것이라 생각 합니다."
내면까지 진정 아름다운 'Young Girl'로
작가 스스로는 심오한 표현에 소질이 없는 것 같다고 하지만 그만의 철학은 여성적 욕망에 대한 솔직함을
표현한 이번 전시회 '캔디 걸'에도 오롯이 담겨져 있다. 그러나 굳이 그 속내까지 알아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작품이 말하고자 하는 즐거움, 솔직함, 젊음에 공감할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작가는 이야기한다.
"캔버스 속 우리 딸들인 'Candy Girl'들이 솔직한 자기표현의 가치와 인간의 진정한 삶과 사랑을 앎으로서
나와 다르거나 나보다 부족한 이들과도 나눌 줄 안다면, 외모만이 아니라 내면까지 꽉 찬, 어떤 예술로도
다 표현할 수 없는 진정 아름다운 'Young Girl'들이 될 것입니다."
바로 이 기대와 바람이 이번 조강남 작가의 작품들이 주는 긍정의 메시지다.
ㅡ 류화정 기자 취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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