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O KANG NAM


 ●



장미와 요정의 여성 이야기

조강남의 그림을 보노라면 자연스럽게 미국이 낳은 최고의 여류화가이자
에로틱 아트의 상징으로 불리는 죠지아 오키프가 떠오른다.
특히 그녀의 <꽃>을 모티브로 한 작품들은 조강남의 회화와 공통성을 드러낸다.
마치 오키프가 꽃 자체를 그렸을 뿐 이라고 주장 하고 있지만 우리들은 그녀가
제작한 무수한 꽃을 그린 작품에서 여성성의 상징을
엿 볼 수 있는 것처럼 조강남의 그림에서 여성성과 욕망을 보기 때문이다.
오키프는 “사람들은 대부분 실제로 꽃을 보지 않는다.
꽃은 너무 작고 사람들은 시간이 없다. 그래서 나는 다짐했다.
꽃이 나에게 무엇을 의미하는지 내가 본 것을 그리겠다고. 나는 사람들이
놀라서 그것을 쳐다볼 시간을 갖도록 꽃을 아주 크게 그린다.”고 했다.

이렇듯 조강남은 이번 전시를 가지면서 “이번 주제는 우주의
모든 것을 여성성으로 본 관점에서 시작한다”고  말한다.
이처럼 그의 그림 속에 중요한 대상은 꽃이 중심이 되고 있다.
물론 그 가운데서도 기본적 테마는 장미이다.
누구든 장미를 보면 그 화려하고 아름다운 빛깔과 형태의 매력에 이끌리게 된다.
뿐만 아니라 장미는 아름다운 여성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오브제 이기도하다.
특히 장미에서 보이는 미묘한 형태와 유혹적인 색채가 더욱 매력적이기 때문이다.

조강남에게 있어 장미꽃은 꽃 그 자체를 위한 것은 아니다.
그가 표현하고자하는 것은 인간과 자연이 하나가 되고 그것이 하나가 되었을 때의
자연의 아름다운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다. 장미를 모티브로 하고 있지만 엄밀한
의미에서 그는 꽃을 통하여 여성의 본능을 말하려고 한다.
강한 여성성을 바탕으로 한 그의 다양한 장미들은 원초적인 생명의 탄생 이미지를 동반하고 있다.
때로는 화면전체를 뒤 덮고 있는 빨강색의 거대한 장미의 모습이지만 이것들은
아름다운 절정의 여자의 순간을 보여주기도 한다. 그래서 생명력을 가진 장미는 그 자체로서
외형보다는 담겨져 있는 내면적인 의미가 중요하다. 그녀의 그림이 어떤 면에서는 강렬한
여성 유희의 의도가 드러나 있지만 한편 여성적인 욕망이 부차적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림 속에 덧붙여진 무수한 요정들, 이 여성의 작은 형태들은
장미 위에서 활짝 펼친 모습으로 유희하고 있다.
그녀의 불이 붙은 듯 한 붉은 색조와 푸른색조로 그려진 꽃 그림,
꼴라쥬로 완성된 커다란 꽃들, 그 위에 놓인 요정들은 마치 일상의
생활과 구속에서 벗어나 자유로운 탈출의 욕망을 분출한다.
뿐만 아니라 그의 그림 속에 대지를 암시하는 붉은 색은 수없이 덧칠해진
분채의 아름다움이 더해져 생명을 잉태하고 생명을 탄생하는 그녀의 내면을 반영한다.

우리는 그가 보여주는 꽃들과 요정들의 이야기 속에서 예술가들이
꿈꾸는 본능적이며 원초적인 욕망의 세계를 들여다본다.
그리고 그것이 한 여성의 감성으로 가득 차 있는 강렬한 메시지임을 알게 해준다.
오키프가 아니타 폴리츠(Anita Pollitz)란 동창생에게 쓴 편지에서
“나는 오늘 저녁 햇빛 속으로 걸어갔어”란 표현처럼 조강남은 “장미속으로
그녀의 예술적 자유를 위해 요정을 두었어.” 라고 말하는 듯하다.
이것은 그녀의 예술체험이다.

그래서 그녀는 꽃을 그릴 때 계절에 시들어 버리는 연약한 꽃이 아닌
영원히 살아 있는 여성의 꽃들에 자신을 놓아두길 바란다.
요정의 등장으로 재구성해 놓은 거대한 장미, 여성의 상징처럼
그녀는 생동감 있고 깊이감 있는 색채 속에 뚫고 들어가 자신의 감정을
심해의 보석과 현란한 물방울무늬로 엮어 내는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이다.
그의 변형된 화폭 속에 등장한 생명의 이미지, 결국 이 예술의욕도 여성의
감정을 바탕으로 그 이미지를 자연 속의 한 대상과 결합시킬 때
감정이입의 형태에서 일어나는 과정이다. 그래서 그의 꽃에 대한 일반적인
생각이나 작품속 이미지는 우리들에게 한 예술가의 삶의 열정과 생명을
바라보는 시각과 본능이 어떻게 그림 속에 나타나는지를 보여주는 사례처럼 보인다.

그녀의 그림 속에 꽃이 여성성을 가지면서 “요정과 꽃”의 변주가
그 구성 못지않게 독특한 형태를 띠면서 나타나고 있기에 더욱 그렇다.
그가 지속적으로 장미꽃과 요정을 통하여 여성의 본능을 말하며,
장미로서 여성의 생명력과 여성성, 자연과 인간의 합일을 꿈꾸는 것은
개인전을 갖는 작가로서 중요한 화가의 태도이기도다.
그가 자연이 주는 최고의 아름다움과 꽃들의 조화를 통하여 생명력을
지닌 진정한 여성의 이데아를 꿈꾼다면 보다 깊은 사색과 다양성을 통하여
그의 회화 세계가 풍부하게 펼쳐 질 수 있을 것으로 본다.

                                                                  ㅡ 김종근 (미술평론가.숙명여대 겸임교수)




List       


Copyright 1999-2023 Zeroboard